(저작권: Ubisoft)

게임으로서 7년 전 게임이면, 사실은 오래된 게임의 축에 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치독2는 현재 2023년의 빅데이터 사회를 그대로 예견한 듯 아직도 신선한 비판을 가합니다. 게임에서 다루는 빅데이터, AI에 대한 예언들이 이제는 생활 속에서 실용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겐 이미 음성인식으로 집안의 모든 가전제품을 조종할 수 있는 제품들이 있고, 사람의 개인정보는 실시간으로 수집되어서 광고를 제공하기 위해 IT 기업들에게 넘어갑니다.

중국의 경우에는 안면인식 도입의 빌드업을 밟고 있고, 기업을 통해 개인의 사회 적합도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 역시 받고 있습니다.

 

와치독2는 이런 현실에 상상력을 더합니다.

만약 그런 기업들이 수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인의 정보를 사고 판다면 어떻게 될까요?

하나의 거대기업이 도시의 서비스를 독점하고, 기업들의 중심에 서서 모든 시민의 개인정보를 추적한다면 어떨까요?

정부마저 그런 기업의 도움을 받아야 범죄자를 잡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작중 침입할 수 있는 블룸이 사회의 모든 정보를 저장하는 거대한 데이터센터. 실제 데이터센터가 이럴 리는 없지만, 유비소프트는 로망이 뭔지 아는 것 같다

 

와치독2 소개

전작 와치독1에서는 블룸이라는 가상의 기업이 개발한 ctOS라는 프로그램에 장악된 시카고를 중심으로, 해커들과 몇몇 권력자들이 자신의 뜻대로 ctOS를 이용하였습니다.

 

와치독2에서는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전국의 대도시에 ctOS 2.0가 도입되었고, ctOS의 고객은 더욱 확대되어 IT 기업들이 블룸과 제휴를 맺었음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데에 이르렀습니다.

기업들은 블룸에 사용자들의 개인정보와 기술을 헌납하는 대신, 교환한 정보를 수익을 위해 사용합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주인공 마커스 할러웨이가 해커 그룹 데드섹에 합류합니다.

 

이전에는 위협이 되지 않는 단순한 악동들의 모임이었던 샌프란시스코 데드섹은, 실질적으로 블룸을 해킹할 수 있는 능력과 모두를 구심점으로 이끄는 리더십을 가진 마커스를 중심으로 블룸의 실체를 파헤치고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핵티비스트 (hacktivist; 정치·사회적 목적을 가진 해커 운동가) 단체로 변모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블룸이 가지고 있는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조사하게 될 때를 대비하여 팔로워들이 설치한 앱에서 컴퓨터 연산처리능력을 기부 받는다는 아이디어를 냅니다.

이를 위해 데드섹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의구현" 자경단으로서의 활동을 시작하고, 단순히 유명해지기 위한 활동 역시 곁가지로 진행하게 됩니다.

 

와치독2에 차용된 실제 사건들

와치독2에 등장하는 기업들은 온갖 만행을 저지릅니다. 스마트홈 기기에 달려 있는 카메라의 영상을 무단 수집해서 직원이 그 영상을 빼돌려 아동성애자들에게 팔기도 하고, 보험가입자가 무엇을 먹었는지 등을 추적해 보험료를 올리기도 합니다.

작중 데드섹이 폭로하는 이런 기업들의 만행 중에, 현실의 중대한 사건에서 차용한 것들이 꽤 있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데이터 사이언스를 전공으로 배우면서 접했던 사건들이 게임에서 엿보여서 개인적으로 재미있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미션 중에서는 블룸의 범죄 예측 알고리즘을 분석하며 시작되는 미션이 있습니다. 작중에서도 현실에서도 오클랜드는 우범지역인데요, 데드섹은 오클랜드의 학교, 병원, 상점가마저 블룸이 경찰의 총기 발사 허용 구역으로 분류한 것을 발견합니다.

오클랜드 출신인 마커스 할러웨이는 특히 크게 분노합니다. 그리고 이를 파헤쳐, 부패한 지역 경찰이 알고리즘을 등에 업어 일대를 장악하고, 지역 갱단을 수하로 부려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놀랍게도 이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있습니다. 데드섹 멤버들이 고위험 구역, 저위험 구역, 안전구역 등이 표기된 지도를 들여다 보는 장면은 약 90년 전 이름 붙은 차별적 관행인 "레드라이닝"을 떠올리게 합니다.

1930년대 HOLC에서 제작한 오클랜드의 "거주 안전" 지도.

약 90년 전, 미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주택 소유자 대출 기관(Home Owners’ Loan Corporation; HOLC)"가 사람들에게 모기지 대출을 제공하였습니다.

이때, 거주자가 대출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 즉 신용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하기 위해서 그 사람이 어느 지역에 집을 사려는지를 정보로 활용하였습니다.

그 기준을 표시한 것이 위의 지도입니다.

지도에서 붉게 표시된 부분은 가장 위험도가 높은 지역인데, 문제는 흑인 거주지가 거의 전부 이곳에 속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이 기준은 사실상 흑인의 대출을 막기 위한 빌미로 쓰였습니다.

이 표시가 붉은색이었기 때문에, "레드라이닝(redlining)"이라는 표현이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관습은 이후에도 형태를 바꿔서 오랫동안 살아남았고, 신용평가 등에 복잡한 알고리즘이 도입된 현재도 알고리즘 속에 숨겨져 남아 있습니다.

 

 

 

또한, 작중에는 인바이트(INV!TE)라는 SNS 회사가 등장하는데요. 데드섹은 이 인바이트가 추천 알고리즘을 이용해 여론을 조작해서 정치인 마크 스러스의 지지율을 높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런 미션은 페이스북이 사용자들의 동의없이 감행했던 감정 전파 실험을 떠올리게 합니다.

 

페이스북의 감정 전파 실험 논문. "THIS ARTICLE HAS AN EXPRESSION OF CONCERN." (이 논문에 대한 우려 표명이 있었습니다.)

2014년, 한 논문이 게재됩니다. 그리고 곧 엄청난 반발에 휩싸입니다.

페이스북이 진행한 이 연구는 사람들의 심리가 전파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었는데요.

페이스북은 이 실험을 위해 일주일 동안 총 68만 9,000여 명의 사용자의 타임라인을 조작했습니다.

사용자를 둘로 나누어 한 쪽에는 타임라인에 긍정적인 소식을, 한 쪽에는 부정적인 소식을 추천으로 올려준 것입니다.

실험 결과, 실제로 타임라인을 통해 감정이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실험을 유저들의 별도의 동의 없이 진행한 사실이 알려지자, 페이스북은 큰 파문에 휩싸였는데요.

연구자들은 논란에 대해 사과를 표했지만, 페이스북은 이용약관에 타임라인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시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작중 계속해서 언급되는 "벨웨더 알고리즘"은 마치 블룸이 사람들을 조종할 수 있는 최종 병기처럼 언급되는데요.

조회수를 높이기 위한 추천 알고리즘, 주가를 올리기 위한 매매 알고리즘 등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오직 높은 성능만을 목표로 학습하는 블랙박스 모델 · 딥러닝 모델"에 대한 이미지가 반영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침 알파고 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2016년이기도 했네요.

 

 

전작과의 비교

와치독2는 전작에 비해 조금 더 실감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와치독1에는 "해킹"이라는 소재와 게임의 다른 요소들이 잘 어울리지 못하고, 흔한 오픈월드 게임에 자경단이라는 요소 하나만 이질적으로 끼얹은 것 같은 부조화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경단이라는 역할이나 가족의 복수라는 진지한 스토리 상의 목적과, 오픈월드의 넓은 세계를 자유롭게 탐색한다는 게임 목표의 충돌 역시 이런 부조화를 더합니다.

선형적인 메인 퀘스트 구조 역시 오픈월드 형식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반면, 와치독2에서는 주인공이 젊은 해커 그룹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들에게 "블룸을 무너뜨린다"라는 사명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의 일부일 뿐이고, 거의 시종일관 가벼운 분위기를 유지합니다. 자기과시적이고, 즉흥적이기도 합니다.

주 목표를 향한 일관성과 진중함은 떨어지지만, 대신 메인 퀘스트에서 탈선하여 서브 퀘스트를 수행하는 것의 어색함이 훨씬 줄어든 걸로 느껴집니다.

와치독1에서 있었던 평판과 경험치 시스템은 사라지고, P2P로 컴퓨팅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팔로워를 모은다는 개념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래피티를 그리거나, 게임 트레일러를 유출시키는 등의 블룸과 무관한 사이드 퀘스트도 모두 팔로워를 모으기 위한 선전 활동이 되어 스토리 상 어색함이 사라졌습니다.

 

또한 본격적으로 해커 집단을 다루면서 해킹의 소재들이 스토리에 더 직접적으로 포함되었습니다.

해킹을 통해 할 수 있는 활동도 더 다양해지고, 해커 문화를 흉내내어 녹여낸 게임 요소를 구경하는 것도 게임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

 

아쉬웠던 점은, '윤리를 저버리고 수익을 위해 개인의 정보를 이용하는 기업'이라는 추상적인 목표를 적으로 삼다 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스토리를 공감되게 전하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두샨 네멕"이라는, ctOS 2.0의 배후에 있는 CTO가 이를 대표하는 최대의 악역으로 등장하여 주목을 끌긴 합니다. 데드섹의 활동이 블룸의 보안을 홍보하는데 도움이 되니 놔두겠다는 오만이나 교활함과, 위선적이고 과시적인 테크 기업가들에 대한 풍자 역시 엿보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두샨 네멕이 인상적인 악역으로 등장한 만큼, 그가 등장하지 않는 미션의 스토리 집중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역효과 역시 있었습니다.

 

마무리

게임의 전반적인 아나키적인 분위기가 저와 잘 맞아서 정말 재미있게 웃으면서 플레이 했고, 주인공들이 분노하는 지점에 같이 분노할 수 있는 사회 비판적인 면이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게임을 통해 계속하여 "자유와 통제" 사이의 갈등을 그려왔던 유비소프트가, 빅데이터 사회를 배경으로 변주가 더해진 깔끔한 안티 히어로 스토리를 그려냈습니다.

 

물론 세세한 조작감이나, 주인공이 전작에 비해 물몸이 되어 반복적인 플레이를 강제하는 점, 앞서 말했듯 스토리가 두샨 네멕에게 쏠리는 현상 같은 다소의 버벅임은 있지만, 전작에 비하여 소재의 응집도는 높아진 것 같습니다.

차기작인 와치독: 리전을 플레이할 때를 기다리게 됩니다.

 

와치독2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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