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Ubisoft)

게임으로서 7년 전 게임이면, 사실은 오래된 게임의 축에 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치독2는 현재 2023년의 빅데이터 사회를 그대로 예견한 듯 아직도 신선한 비판을 가합니다. 게임에서 다루는 빅데이터, AI에 대한 예언들이 이제는 생활 속에서 실용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겐 이미 음성인식으로 집안의 모든 가전제품을 조종할 수 있는 제품들이 있고, 사람의 개인정보는 실시간으로 수집되어서 광고를 제공하기 위해 IT 기업들에게 넘어갑니다.

중국의 경우에는 안면인식 도입의 빌드업을 밟고 있고, 기업을 통해 개인의 사회 적합도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 역시 받고 있습니다.

 

와치독2는 이런 현실에 상상력을 더합니다.

만약 그런 기업들이 수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인의 정보를 사고 판다면 어떻게 될까요?

하나의 거대기업이 도시의 서비스를 독점하고, 기업들의 중심에 서서 모든 시민의 개인정보를 추적한다면 어떨까요?

정부마저 그런 기업의 도움을 받아야 범죄자를 잡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작중 침입할 수 있는 블룸이 사회의 모든 정보를 저장하는 거대한 데이터센터. 실제 데이터센터가 이럴 리는 없지만, 유비소프트는 로망이 뭔지 아는 것 같다

 

와치독2 소개

전작 와치독1에서는 블룸이라는 가상의 기업이 개발한 ctOS라는 프로그램에 장악된 시카고를 중심으로, 해커들과 몇몇 권력자들이 자신의 뜻대로 ctOS를 이용하였습니다.

 

와치독2에서는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전국의 대도시에 ctOS 2.0가 도입되었고, ctOS의 고객은 더욱 확대되어 IT 기업들이 블룸과 제휴를 맺었음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데에 이르렀습니다.

기업들은 블룸에 사용자들의 개인정보와 기술을 헌납하는 대신, 교환한 정보를 수익을 위해 사용합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주인공 마커스 할러웨이가 해커 그룹 데드섹에 합류합니다.

 

이전에는 위협이 되지 않는 단순한 악동들의 모임이었던 샌프란시스코 데드섹은, 실질적으로 블룸을 해킹할 수 있는 능력과 모두를 구심점으로 이끄는 리더십을 가진 마커스를 중심으로 블룸의 실체를 파헤치고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핵티비스트 (hacktivist; 정치·사회적 목적을 가진 해커 운동가) 단체로 변모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블룸이 가지고 있는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조사하게 될 때를 대비하여 팔로워들이 설치한 앱에서 컴퓨터 연산처리능력을 기부 받는다는 아이디어를 냅니다.

이를 위해 데드섹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의구현" 자경단으로서의 활동을 시작하고, 단순히 유명해지기 위한 활동 역시 곁가지로 진행하게 됩니다.

 

와치독2에 차용된 실제 사건들

와치독2에 등장하는 기업들은 온갖 만행을 저지릅니다. 스마트홈 기기에 달려 있는 카메라의 영상을 무단 수집해서 직원이 그 영상을 빼돌려 아동성애자들에게 팔기도 하고, 보험가입자가 무엇을 먹었는지 등을 추적해 보험료를 올리기도 합니다.

작중 데드섹이 폭로하는 이런 기업들의 만행 중에, 현실의 중대한 사건에서 차용한 것들이 꽤 있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데이터 사이언스를 전공으로 배우면서 접했던 사건들이 게임에서 엿보여서 개인적으로 재미있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미션 중에서는 블룸의 범죄 예측 알고리즘을 분석하며 시작되는 미션이 있습니다. 작중에서도 현실에서도 오클랜드는 우범지역인데요, 데드섹은 오클랜드의 학교, 병원, 상점가마저 블룸이 경찰의 총기 발사 허용 구역으로 분류한 것을 발견합니다.

오클랜드 출신인 마커스 할러웨이는 특히 크게 분노합니다. 그리고 이를 파헤쳐, 부패한 지역 경찰이 알고리즘을 등에 업어 일대를 장악하고, 지역 갱단을 수하로 부려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놀랍게도 이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있습니다. 데드섹 멤버들이 고위험 구역, 저위험 구역, 안전구역 등이 표기된 지도를 들여다 보는 장면은 약 90년 전 이름 붙은 차별적 관행인 "레드라이닝"을 떠올리게 합니다.

1930년대 HOLC에서 제작한 오클랜드의 "거주 안전" 지도.

약 90년 전, 미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주택 소유자 대출 기관(Home Owners’ Loan Corporation; HOLC)"가 사람들에게 모기지 대출을 제공하였습니다.

이때, 거주자가 대출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 즉 신용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하기 위해서 그 사람이 어느 지역에 집을 사려는지를 정보로 활용하였습니다.

그 기준을 표시한 것이 위의 지도입니다.

지도에서 붉게 표시된 부분은 가장 위험도가 높은 지역인데, 문제는 흑인 거주지가 거의 전부 이곳에 속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이 기준은 사실상 흑인의 대출을 막기 위한 빌미로 쓰였습니다.

이 표시가 붉은색이었기 때문에, "레드라이닝(redlining)"이라는 표현이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관습은 이후에도 형태를 바꿔서 오랫동안 살아남았고, 신용평가 등에 복잡한 알고리즘이 도입된 현재도 알고리즘 속에 숨겨져 남아 있습니다.

 

 

 

또한, 작중에는 인바이트(INV!TE)라는 SNS 회사가 등장하는데요. 데드섹은 이 인바이트가 추천 알고리즘을 이용해 여론을 조작해서 정치인 마크 스러스의 지지율을 높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런 미션은 페이스북이 사용자들의 동의없이 감행했던 감정 전파 실험을 떠올리게 합니다.

 

페이스북의 감정 전파 실험 논문. "THIS ARTICLE HAS AN EXPRESSION OF CONCERN." (이 논문에 대한 우려 표명이 있었습니다.)

2014년, 한 논문이 게재됩니다. 그리고 곧 엄청난 반발에 휩싸입니다.

페이스북이 진행한 이 연구는 사람들의 심리가 전파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었는데요.

페이스북은 이 실험을 위해 일주일 동안 총 68만 9,000여 명의 사용자의 타임라인을 조작했습니다.

사용자를 둘로 나누어 한 쪽에는 타임라인에 긍정적인 소식을, 한 쪽에는 부정적인 소식을 추천으로 올려준 것입니다.

실험 결과, 실제로 타임라인을 통해 감정이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실험을 유저들의 별도의 동의 없이 진행한 사실이 알려지자, 페이스북은 큰 파문에 휩싸였는데요.

연구자들은 논란에 대해 사과를 표했지만, 페이스북은 이용약관에 타임라인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시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작중 계속해서 언급되는 "벨웨더 알고리즘"은 마치 블룸이 사람들을 조종할 수 있는 최종 병기처럼 언급되는데요.

조회수를 높이기 위한 추천 알고리즘, 주가를 올리기 위한 매매 알고리즘 등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오직 높은 성능만을 목표로 학습하는 블랙박스 모델 · 딥러닝 모델"에 대한 이미지가 반영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침 알파고 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2016년이기도 했네요.

 

 

전작과의 비교

와치독2는 전작에 비해 조금 더 실감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와치독1에는 "해킹"이라는 소재와 게임의 다른 요소들이 잘 어울리지 못하고, 흔한 오픈월드 게임에 자경단이라는 요소 하나만 이질적으로 끼얹은 것 같은 부조화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경단이라는 역할이나 가족의 복수라는 진지한 스토리 상의 목적과, 오픈월드의 넓은 세계를 자유롭게 탐색한다는 게임 목표의 충돌 역시 이런 부조화를 더합니다.

선형적인 메인 퀘스트 구조 역시 오픈월드 형식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반면, 와치독2에서는 주인공이 젊은 해커 그룹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들에게 "블룸을 무너뜨린다"라는 사명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의 일부일 뿐이고, 거의 시종일관 가벼운 분위기를 유지합니다. 자기과시적이고, 즉흥적이기도 합니다.

주 목표를 향한 일관성과 진중함은 떨어지지만, 대신 메인 퀘스트에서 탈선하여 서브 퀘스트를 수행하는 것의 어색함이 훨씬 줄어든 걸로 느껴집니다.

와치독1에서 있었던 평판과 경험치 시스템은 사라지고, P2P로 컴퓨팅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팔로워를 모은다는 개념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래피티를 그리거나, 게임 트레일러를 유출시키는 등의 블룸과 무관한 사이드 퀘스트도 모두 팔로워를 모으기 위한 선전 활동이 되어 스토리 상 어색함이 사라졌습니다.

 

또한 본격적으로 해커 집단을 다루면서 해킹의 소재들이 스토리에 더 직접적으로 포함되었습니다.

해킹을 통해 할 수 있는 활동도 더 다양해지고, 해커 문화를 흉내내어 녹여낸 게임 요소를 구경하는 것도 게임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

 

아쉬웠던 점은, '윤리를 저버리고 수익을 위해 개인의 정보를 이용하는 기업'이라는 추상적인 목표를 적으로 삼다 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스토리를 공감되게 전하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두샨 네멕"이라는, ctOS 2.0의 배후에 있는 CTO가 이를 대표하는 최대의 악역으로 등장하여 주목을 끌긴 합니다. 데드섹의 활동이 블룸의 보안을 홍보하는데 도움이 되니 놔두겠다는 오만이나 교활함과, 위선적이고 과시적인 테크 기업가들에 대한 풍자 역시 엿보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두샨 네멕이 인상적인 악역으로 등장한 만큼, 그가 등장하지 않는 미션의 스토리 집중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역효과 역시 있었습니다.

 

마무리

게임의 전반적인 아나키적인 분위기가 저와 잘 맞아서 정말 재미있게 웃으면서 플레이 했고, 주인공들이 분노하는 지점에 같이 분노할 수 있는 사회 비판적인 면이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게임을 통해 계속하여 "자유와 통제" 사이의 갈등을 그려왔던 유비소프트가, 빅데이터 사회를 배경으로 변주가 더해진 깔끔한 안티 히어로 스토리를 그려냈습니다.

 

물론 세세한 조작감이나, 주인공이 전작에 비해 물몸이 되어 반복적인 플레이를 강제하는 점, 앞서 말했듯 스토리가 두샨 네멕에게 쏠리는 현상 같은 다소의 버벅임은 있지만, 전작에 비하여 소재의 응집도는 높아진 것 같습니다.

차기작인 와치독: 리전을 플레이할 때를 기다리게 됩니다.

 

와치독2 리뷰였습니다.

여러 가지 개인적인 이유로 지금까지 해 보고 있지 않던 Helltaker(Steam 링크)를, 며칠 전에야 플레이했습니다. 짧은 플레이 타임에 볼륨이 작고 다소 무리한 요소가 있는 게임이었지만,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고 무엇보다도 무료니까요.

헬테이커가 재밌는 게임이라는 건 인기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게임 본편이 무료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DLC(게임 추가 컨텐츠가 아닌 아트북과 팬케이크 레시피입니다)를 구매하였습니다. 제작자인 vanripper는 "Patreon을 사용하지 않으면 꿈을 이룰 수 없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제 거기서 벗어났고요. 저 혼자서도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자금 문제가 없는데도 Patreon을 이용하는 게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는 이유로 자신의 Patreon을 폐쇄하는 등의 현상이 이 게임의 가치를 말해줍니다.

스크립트와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퍼즐을 포기하는 무모한 선택, 후반의 전환 포인트 등 이 게임에는 여러 가지 얘기할 거리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게임의 초반 레벨 디자인, 특히 처음 두 스테이지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Helltaker에는 따로 튜토리얼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게임의 기본 메카닉을 전부 레벨 디자인을 통해 전달하고 있습니다. 튜토리얼을 따로 만들지 않는 레벨 디자인을 지향한다면, 배울 점이 많은 정말 깔끔하게 만들어진 디자인입니다. 이 글에서는 게임의 처음 두 스테이지, 그리고 이 두 스테이지가 게임의 메커니즘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전달하는지 소개하겠습니다.

 

Stage 1

퍼즐 게임, 나아가 게임에 대한 이해가 거의 전무한 가상의 극단적인 플레이어를 가정해 봅시다. 게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플레이어는 처음 두 스테이지를 통해 얼마나 많은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

 

첫 화면

주인공과 그의 목표를 소개하는 프롤로그를 거치고 나서 볼 수 있는 첫 화면입니다. 무엇이 보이시나요?

먼저 주인공과 목표인 악마가 보입니다. 왜 플레이어는 이 사실을 알 수 있을까요? 프롤로그를 봤을 테니까요. 프롤로그를 보지 않았더라도, 사람의 시선은 자연스러운 시선 흐름을 따라 위에서 아래로 향합니다. 맨 위에 있는 것은 주인공의 스프라이트고, 맨 아래에 있는 것은 악마의 스프라이트이므로 플레이어는 나아가야 할 방향을 좀 더 직관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또한 게임은 소녀(?)를 구하(?)려는 건장한 남자 주인공이라는, 서사와 게임의 오랜 스테레오타입을 아낌없이 활용합니다(이 스테레오타입이 낡았다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만, 적어도 이 게임에서는 그렇습니다).

맵에서 그 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언데드 노예)입니다. 왜 플레이어는 이게 적이라는 걸 알 수 있을까요? 뿔이 있고, 한눈에 봐도 화가 났으니까요. 목표인 악마도 뿔이 있지만, 하트를 띄우고 있고 무엇보다 귀엽잖아요. 스프라이트의 형태와 표정은 스프라이트가 주인공과 상호작용하는 방식, 스프라이트가 하려고 하는 것을 전달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마리오 시리즈의 화난 굼바처럼요). 하지만 이 적들이 주인공의 움직임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나중의 문제로 남겨두겠습니다.

또, 맵에는 두 가지 종류의 바위가 보입니다. 한 종류는 한눈에 보이듯 밝은 색의 바위이고, 다른 한 종류는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맵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붉고 어두운 바위입니다. 플레이어는 밝은 색의 바위와는 상호작용이 가능하지만, 어두운 바위는 상호작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첫번째 이유는 밝은 색의 바위는 맵과 구분이 쉬운 반면, 어두운 색의 바위는 맵과 일체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로, 어두운 색은 무거운 느낌을, 밝은 색을 가벼운 느낌을 주기 때문이고요. 마지막으로, 밝은 색 바위는 서로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고, 마치 장기말처럼 생겼습니다. 모두 밝은 색 바위가 퍼즐의 일부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이제, 맵 양쪽을 장식하고 있는 거대한 두 숫자(I가 숫자라는 걸 한눈에 알아채기는 힘듭니다만)로 눈을 옮겨봅시다. 우리는 이 숫자가 뭘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게임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것만은 알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인생조언"이라는 버튼과 "재시작"이라는 버튼이 있습니다. 어느 시점에서나 재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실수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줍니다. 그런데 왜 힌트나 그냥 조언이 아닌 인생조언으로 되어 있을까요. 일단 눌러서 잃는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

베엘제붑의 스크립트를 통해서, 인생조언이 모든 경우에 퍼즐에 관한 도움말을 제공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게임에 대해 알아야 하는 대부분은 스테이지 자체에서 알 수 있으니까요. 스크립트를 통해 인생조언은 나중에 유용할 때가 올 거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첫 움직임

긴 얘기를 했는데요, 게임에 대한 배경지식이 아예 없는 극단적인 플레이어를 가정한다면 첫화면에서 이런 것들을 알 수 있을 거라고 얘기를 할 수 있겠습니다. 게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플레이어들에게는 이런 과정이 무의식적이고 직관적으로 파악이 될 테고요.

이제 정말로 한 칸을 움직여 보겠습니다.

왼쪽의 숫자는 이펙트와 함께 1 줄어든 반면, 오른쪽의 숫자는 변화가 없네요. 왼쪽은 행동력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동을 할 때마다 1씩 줄어들어서 행동력이 0이 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예상할 수 있겠습니다. 반면 이쯤 되면 오른쪽의 숫자는 스테이지 번호라는 것을 알 수 있겠죠. 다만 로마 숫자를 선택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는 걸 언급하고 싶습니다.

  • 왼쪽의 행동력과 혼동되는 것을 방지합니다.
  • 아라비아 숫자에 비해 로마 숫자는 '변화하는 수치'로서의 이미지가 옅습니다.
  • 악마와 로마 문화의 연관성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이용해 게임의 전체 분위기를 강화합니다.

두번째로, 주인공을 제외하면 어느 스프라이트도 자리를 옮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까 적이 주인공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의문이 풀렸네요. 이 사실을 확인한 플레이어는 안심하고 언데드에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퍼즐 해결

일단 언데드를 어떻게 하지 않으면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언데드가 이동하지 않는 것에 안심한 플레이어는 이제 언데드에 접근할 수 있고, 실험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언데드에 맞닿은 상태로 언데드를 향해 움직여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봅니다. 입력한 방향으로 언데드가 밀려나고(없어지지는 않았네요!), 주인공은 가만히 있네요. 플레이어는 이제 "밀치기"라는 핵심 메커니즘을 익혔습니다. 소코반 등의 슬라이딩 퍼즐 게임을 미리 경험한 사람이라면 대신에 이제 물체를 옮기고 움직이는 데 두 턴이 소모된다는 근본적인 차이를 발견했을 것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왼쪽의 언데드든, 중간의 언데드든 어느 한 쪽을 제거하지 않고는 퍼즐을 풀 수 없습니다. 목표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를 향해 움직이려고 하다 보면, 벽을 향해 언데드를 밀치는 상황이 어떻게든 나오게 됩니다. 이런 움직임을 강요하는 디자인은, 플레이어가 "벽에 대고 언데드를 밀치면 언데드를 없앨 수 있다"는 핵심 메커니즘을 놓치지 않도록 합니다.

다음은 위에서 실컷 언급했던 바위입니다. 우선 바위에 대고 바위를 밀쳐봅시다.

움직이지도 않았고, 없어지지도 않았네요.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바위가 언데드와 같은 식으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이 사실을 알게 된 채로, 생각하기 전에 일단 움직여 봅니다. 오른쪽으로 가야 하는 것은 분명하니, 본능을 따라 바위를 오른쪽으로 밀쳐보죠.

바위가 두 개 맞닿자, 바위가 더 이상 밀쳐지지 않습니다. 새로운 사실을 배웠네요. 이동할 곳이 막힌 플레이어는 밑으로 이동했습니다. 계속 바위를 오른쪽으로 밀쳐봅니다.

주의깊은 플레이어라면 여기까지 오기 전에 목표에 달성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할 것입니다. 하지만 일단 여기까지 왔다고 하죠.

왼쪽의 숫자가 X로 변했습니다. 왜 0이 아닐까요? 더 정확히는, 왜 개발자는 0이 아닌 X로 표기하기로 택했을까요? 행동력이 0이 됐을 때 움직일 수 없다, 정확히는 움직이면 게임오버가 된다는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X가 더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결과를 놓고 비교하면 당연한 사실이지만, 쉽게 생각해내긴 어려운 아이디어입니다.

아무튼 우리의 가상의 극단적인 플레이어는 본능을 따라 최단 거리로 목표를 향해 움직였을 뿐인데, 게임 오버에 다다랐습니다. 무의식으로는 풀 수 없는 형태로 바위를 배치한 건,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해서 퍼즐이라는 게임의 본질을 전달하는 개발자의 의도적인 레벨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플레이어는 이 게임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네요. 이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계획이 필요합니다.

다음 플레이에서는 더 잘할 수 있겠죠.

 

Stage 2

스테이지 2에서는 새로운 요소가 등장합니다. 형태를 봤을 때 위험해 보이지만, 저 가시를 통과하지 않고는 레벨을 깰 수 없습니다. 플레이어는 좋든 싫든 가시를 향해 움직이게 됩니다. 아까처럼 시행착오를 강요하는 것입니다.

피가 나는 듯한 이펙트와 함께 행동력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플레이어는 행동력 1이 추가로 소모되었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 주인공에게 그려진 이펙트가 힌트가 되긴 하지만, 행동력이 소모되는 이펙트는 1 줄어들 때와 2 줄어들 때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행동력을 눈여겨 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행동력 감소 이펙트를 연속으로 두 번 줬어도 괜찮았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네요.

이제 주인공의 눈앞에는 언데드가 있습니다. 왜 언데드가 여기 있을까요? 아무튼 레벨을 깨기 위해서는 플레이어는 언데드를 앞으로 밀쳐야 합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같은 이펙트와 함께 행동력이 2 줄어드는 것을 발견합니다. 아하, 행동력은 가시에 진입할 때만 줄어드는 게 아니네요! 플레이어는 또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행동력이 2 줄어드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도, 이번에 알아차릴 수도 있고요. 일부러 언데드를 둬서 플레이어가 가시 위에서 두 턴을 소모하도록 강요했기 때문에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가시 위에 놓인 바위가 보이시나요? 플레이어는 이 바위를 움직여 보면서, 가시가 바위의 움직임에는 영향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릴 것입니다.

 

결론

열쇠와 자물쇠 디자인, 마지막 스테이지의 메커니즘 변화 등 할 수 있는 얘기가 많이 남아 있지만, 이 두 스테이지를 통해 플레이어는 게임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을 전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헬테이커는 매우 짧은 게임이기 때문에 굳이 두세 번의 시도를 통해 알 수 있는 걸 미리 알려주는 친절을 베풀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짧은 게임이라서 생긴 여유가 이런 세심한 디자인을 가능하게 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자의 2D 턴제 전략게임에 대한 노골적인 팬심과, 퍼즐을 패스할 수 있게 만드는 과잉 배려를 봤을 때, 이 디자인은 개발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2D 턴제 게임이 캐릭터에(만) 주로 관심이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오랫동안 고민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퍼즐게임은 점점 어려워지고 퍼즐게임 팬층은 점점 폐쇄화되려고 하는 자연스러운 힘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소위 코어화라고 하죠. 그 흐름을 거스르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로 유명해진 헬테이커가 퍼즐게임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저는 스토리텔링과 동떨어진 불친절한 퍼즐을 떠올렸습니다. 헬테이커는 그 예상을 깬 게임이었습니다. 이렇게 사려깊게 디자인 됐으리라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게임이 더 인상에 깊게 남았던 것 같습니다. 게임의 초반 레벨 디자인이 너무나 인상깊어서, 이렇게 글로 남기게 되었습니다. 짧은 글이었지만 제가 느낀 게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線香花火(불꽃놀이;선향불꽃) - vy1v3+kmsn (kamome sano; カモメサノ; 카모메 사노)

재수록 : limonéne (kamome sano+mikanzil)

 
 
 
 
재수록 버전(보컬 : mikanzil)
https://youtu.be/vOS5aCqYoYk


忘れられない 小さなこと
言葉が今も響き続ける 
まだぼくは遠くの空を眺めている
 
捨てられない 微かなこと
心はいつか生まれ変われる
まだぼくは赤い光を見つめている


失くしたくない確かなこと
降りだす雨が二人を揺らす
いま君のひとみは 何を見つめてるの


君を見ていた ぼくの時計は止まった
光が煙たくて ぼくは一人になった
何もないのに 忘れたいのに
にじんだ声はまだ いまも消えないままで


ぼくはずっと夢を観ていた
歪んだ空をみて 息が苦しくなった
流れ行くように 見失うように
いつかはぼくらも そっと消えてしまうのかな


忘れられない 小さなこと
言葉が今も響き続ける
まだぼくは遠くの空を眺めている


君を見ていた ぼくの時計は止まった
光が煙たくて ぼくは一人になった
何もないのに 忘れたいのに
にじんだ声はまだ いまも消えないままで


ぼくはずっと夢を観ていた
歪んだ空をみて 息が苦しくなった
流れ行くように 見失うように
いつかはぼくらも そっと消えてしまうのかな
잊을 수 없는 조그만 기억
얘기가 지금도 계속 울리고 있어
아직 나는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어


버릴 수 없는 희미한 기억
마음은 언젠가 다시 태어날 수 있어
아직 나는 붉은 빛을 지켜보고 있어


잃고 싶지 않은 확실한 것
쏟아지는 비가 두 사람을 흔들어
지금 네 눈동자는 무엇을 보고 있는 거니


너를 보고 있던 내 시계는 멈추고
빛이 아려와서 나는 혼자가 됐어
아무것도 아닌데도 잊고 싶은데도
스며든 목소리는 아직 지금도 사라지지 않은 채로


나는 계속 꿈을 꾸고 있었어
일그러진 하늘을 보고 숨이 벅차 왔어
흘러가듯이 놓쳐 버리듯이
언젠가는 우리들도 슬며시 사라져 버리는 걸까


잊을 수 없는 조그만 기억
얘기가 지금도 계속 울리고 있어
아직 나는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어


너를 보고 있던 내 시계는 멈추고
빛이 아려와서 나는 혼자가 됐어
아무것도 아닌데도 잊고 싶은데도
스며든 목소리는 아직 지금도 사라지지 않은 채로


나는 계속 꿈을 꾸고 있었어
일그러진 하늘을 보고 숨이 벅차 왔어
흘러가듯이 놓쳐 버리듯이
언젠가는 우리들도 슬며시 사라져 버리는 걸까

 

 

(아직 전부 클리어 안 했지만 임시로 올려둡니다.)

 

※다른 대부분 리뷰어들처럼, 저 역시 '스포일러 없이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저랑 생각이 같으시다면 당장 눈을 감고, 리뷰를 끄고, 게임을 받아서, 플레이 하세요.

그렇지만…… 우리가 공포나 폭력 같은 민감한 주제에 맞닥뜨릴 때, 가끔 그 조건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깐, 게임을 하기 전에 게임에 대한 언질이 필요하신 분들은 그런 부분을 읽어주세요. 게임을 끝내신 분들이 읽고 생각할만한 리뷰도 작성하겠습니다(아직 다 못 끝냈지만……).

 

최근 제 트위터 타임라인을 뒤흔든 하나의 게임이 있습니다.

 

귀여운…… 심리적 공포…… 연애 시뮬레이션……?

두근두근 문학클럽이라는, 어떻게 보면 바보같은 정도로 솔직한 연애 시뮬레이션입니다. 그렇지만 플레이한 사람들이 모두 비명을 지르는 게임.

 

스팀 페이지를 아무리 뒤져 봐도, 반전 요소를 찾을 수는 없습니다. 으레 이렇게 상반된 리뷰가 있을만한 게임에는 티져 영상 마지막에 지직거리면서 끝난다든지, 깨진 문자가 있든지 하는 식으로, '뭔가가 더 있다'라는 암시를 주는 유혹을 개발자가 뿌리치기란 쉽지 않죠.

그런데 그런 것도 없습니다.

오로지 "이 게임은 어린이와 쉽게 불안증세에 빠지는 분들께는 적합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 뿐…….

 

저는 만화동아리 원고가 하기 싫어서 게임을 다운로드 했고, 결국 시작해 버렸습니다.

 

우선, 조금이라도 스포일러를 당하기 싫은 분은 리뷰를 읽을 때 조심해 주세요.

 

※게임 소개 (혹은 주의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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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나옵니다.

게임이 뭔가 잘못되기 시작할 때부터 나오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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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내용은 게임의 중요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플레이 하기 전 이런 장면에 대해 트리거가 있으신 분들은 주의해 주세요.

 

자살 장면

자해 장면

가정폭력 (신체 폭력, 소지품 단속, 통금)

자해 행위에 대한 폭로, 욕설

(반복적인, 무리한) 선택 강요

신체에 대한 욕설

말싸움 장면 (트라우마를 일으키도록 분위기가 설계되니 주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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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하기 전 이런 소재를 못 보시는 분들은 주의해 주세요.

※공포게임인만큼 다양한 소재가 등장하고, 그 중엔 우리가 평소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소재가 있는 것이 당연합니다. 다만 특정한 소재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분들이 있을 거 같아 미리 작성해 둡니다. 스포일러에 주의해 주세요.

 

다음 내용은 ddlc.moe/warning.html을 참고하였습니다.

 

"Doki Doki Literature Club은 호러 게임입니다. 신중하게 받아들이세요. 만일 다음 내용이 당신에게 정신적 영향을 끼친다면, DDLC를 플레이 하지 마세요.

- 우울

- 자살

- 자해

- 학대 (또는 욕설)

 

위 리스트는 100% 완벽하지 않습니다. 만약 당신이 본인의 정신적 건강을 걱정해서 이 페이지까지 온 거라면, 이 게임이 당신께 적합하지 않은 걸로 간주하고, 플레이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말씀드립니다.

(플레이를) 고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하세요."

 

정말로, 본인의 정신적 건강을 걱정해서 이 글을 읽고 있는 거라면, 플레이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자의 리스트에 더해 추가 리스트를 조금 작성했습니다.

 

- 구토

- 점프스케어(갑툭튀) : 갑자기 튀어나와서 놀래키는 것

- 글리치(색 반전, 화이트노이즈, 이미지 변조, 음악 가속 등)

- 얼굴 이미지 변조

- 얼굴 이미지 재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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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엔딩을 보세요. 그 뒤는 비슷한 분위기로 계속 진행됩니다. 그걸 견딜 수 없을 것 같으면 관두면 됩니다.

※게임을 클리어하신 분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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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어하는 기준은 크레딧을 보는 것입니다.

만일 크레딧을 못 보셨다면, 파일 하나를 삭제하셔야 크레딧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 뒤에 회차 플레이를 통해 모든 CG를 수집하고 클리어하면 게임 내용은 안 바뀌지만 숨겨진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진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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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ki Doki Literature Club - 공략 불가 조언자 캐릭터의 반란

 

 

Doki Doki Literature Club, 줄여서 DDLC는 공략 불가 미연시 캐릭터의 반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다음 내용은 전체 게임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주인공 캐릭터는 대인관계에 무기력하고 별 특색없이 분위기에 끌려다니는, 그야말로 '미연시 주인공'형 캐릭터입니다. 열성적이지만 늦잠쟁이에 늘 덜렁거리는 소꿉친구 사요리. 사요리가 부회장으로 있는 문학 클럽에 주인공은 억지로 끌려가게 됩니다.

문학클럽에는 인기 많은 학생 회장형 캐릭터인 모니카, 키 작은 츤데레 캐릭터인 나츠키, 긴 생머리에 말 수가 적고 쉽게 부끄러움을 타는 유리가 있습니다. 학교 축제를 앞두고 신입 회원을 맞은 문학클럽은, 우연한 기회로 매일 시를 한 수 써서 공유하는 활동을 시작합니다.

게임 초반에서 봤을 때, 등장인물 모니카는 아무리 봐도 공략 가능 캐릭터로 준비된 캐릭터는 아닙니다. 시를 쓸 때 어필할 수 있는 캐릭터에서도 제외되어 있고, 주인공의 시에도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그 시를 좋아할 다른 회원을 소개시켜 줍니다. 그보다 미연시에 흔히 있는 조언자 캐릭터에 가깝죠. 누가 무엇을 좋아할지, 게임 시스템은 어떤 게 있는지 조언하는 역할입니다.

그러나 게임은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흔히 있는 미연시처럼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만한 시를 쓰거나 선택지를 고르기 시작하면, 점점 캐릭터가 숨기고 있는 깊은 비밀과 우울에 가까이 다가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 캐릭터와의 관계를 발전시키려고 하는 순간, 헤어나올 수 없는 우울에 빠진 사요리가 자살하고 맙니다. 그리고 게임은 재시작합니다.

 

사요리의 자살 이후에, 게임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듭니다. 게임 폴더에는 이상한 파일이 생성됩니다. 모니카의 말투로 생성되어 있는, 사요리가 귀찮게 굴었기 때문에 지웠다는 메시지. 타이틀에서는 사요리의 전신 이미지가 원형을 알아 볼 수 없게 깨져 버립니다.

여기서부터 공포게임의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사요리는 게임에서 지워진 채로, 등장하려고 할 때마다 글리치와 함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장면이 다시 시작합니다.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오는 글리치. 훼손되는 캐릭터의 얼굴과 대사. 누군가 악의를 가진 듯 게임은 미연시 시스템을 최대한으로 악용해서 사용자를 놀래키고 겁줍니다.

캐릭터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어색하지만 아무일 없는 듯 굴러갑니다. 그렇지만 캐릭터들이 주인공에게 가지는 집착은 병적으로 커집니다. 결국, 상황은 끔찍한 파국을 맞습니다. 유리의 자기파괴적 애정은 결국 유리의 충동적 자살로 이어집니다.

축제 날이 되어 이 모든 상황을 발견한 모니카는 끔찍하리만큼 침착하게 대응합니다. 더 이상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자신을 제외한 캐릭터를 모두 지우고 게임을 재시작합니다. 다시 게임을 켜면 모니카와 마주보며 대화하는 것 밖에는 불가능한 게임이 됩니다.

모니카는 자신의 의도를 밝힙니다. 게임 세계에 갇힌 캐릭터. 비합리적으로 주인공에게 집착하는 캐릭터들 외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 본인이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모니카는 거기서 유일하게 의식을 가진 다른 존재를 찾아냅니다. 주인공을 조종하고 있는 플레이어입니다. 모니카는 게임에서 유일하게 기계장치가 아닌 플레이어와 사랑에 빠지지만, 게임은 공략 불가 캐릭터인 모니카를 위해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본인을 주목하길 바랐지만, 다른 캐릭터를 선택하는 주인공을 보고 모니카는 게임을 변조해서 다른 캐릭터들을 싫어하게 만드려 노력합니다. 캐릭터의 컴플렉스를 강화시키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도록 몰고 가고, 그것도 부족한지 캐릭터의 얼굴을 덮어씌우고, 대사를 덮어씌우는 등 플레이어가 공포를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게임은 점점 불안정해졌습니다.

이렇게, 모니카가 그토록 바라던 연애 시뮬레이션이 완성됩니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 보며 말할 주제가 떠오를 때마다 대화하는 게임. 그러나 플레이어는 여기에 환멸을 느끼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모니카가 한 방법을 따라, 플레이어는 모니카의 캐릭터 파일을 지웁니다. 게임을 켜면 모니카는 자신의 캐릭터 파일이 사라진 것을 알고, 상처를 받습니다. 그러나 곧 자신이 다른 클럽 회원들 역시 사랑했다는 것을 깨닫고, 그들과 플레이어 모두에게 좋은 선택을 해주겠다고 말합니다.

게임은 재시작되고, 모니카를 제외한 모두가 돌아온 채로 첫번째 날이 진행됩니다. 모두가 행복해 보입니다. 특히 사요리가요. 그렇지만 곧 반전이 일어납니다. 사요리는 지금까지 일어났던 모든 일을 기억하고 있었고, 다시 한 번 주인공에 대한 집착을 일으킵니다. 거기서 누군가가 끼어듭니다. 모니카가 사요리를 막고, 역시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말합니다.

게임은 모니카가 줄곧 플레이어를 위해 연습해왔다던 피아노 곡으로 끝을 맺습니다. 모니카는 모든 게임 데이터를 지웁니다.

!! 이전 내용은 전체 게임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음, 사실 미연시가 가지고 있는 시스템을 최대한으로 이용한 공포게임이라고 정의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파일 생성/삭제, 대사 덮어쓰기, 이미지 덮어쓰기, 로그 변조, BGM 변형 등등…….

그렇지만 그리 길지 않았고, 실험적인 시도 이상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미연시라는 틀의 한계, 악의를 가진 흑막을 가정한 점 등등 때문인지, 공포 요소도 갈수록 억지스러워지는 면이 많았습니다.

메타픽션 게임으로 보기에도 아쉬운 점은 남습니다. 공략불가 캐릭터가 게임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테마는 좋지만, 볼륨이 작은 탓인지 더 많은 것들을 시도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심할 정도로 평면적이고 스테레오타입적인 캐릭터 구성과 이용도 조금 아쉬운 면이었습니다. 거기에는 의도된 바도 있다고 생각하지만요. 일부러 정말 평면적인 '미연시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클리셰를 파괴하는 형식으로요.

모니카가 처음에는 의도도 불명확하고 평면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게임 후반을 통해서 인간적인 캐릭터로 거듭난 거 같습니다. 주인공에게 왜 빠졌는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면은 아직 있지만 그래도 미연시 캐릭터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점 등을 들어서 설명하려면 설명할 수 있죠.

 

선택지 시스템을 응용해서 '시'를 쓴다는 매커니즘도 꽤 신선한 아이디어였습니다. 게임에 얼마나 많은 떡밥이 숨어있는지 보고 나니 개인적으로는 거기에도 뭔가 비밀이 더 숨어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요.

그리고 주인공 짜증나네요. 대놓고 '이 여자아이들과 관계를 진전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는 장면에서는, '그런 게임을 하기 위해 미연시를 플레이 하는 플레이어에 대한 조롱'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힘들 정도로 너무 부담스럽게 플러팅을 해대서…….

 

사실, 미연시와 메타픽션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이미 유명작을 하나 알고 있죠. 뭔지 모르시고 스포일러를 당하고 싶지 않으신 분들이 있을 테니 굳이 이름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먼저 플레이 해 봤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공포게임으로서…… 이 게임이 공포게임으로서 존재하는 분량은 의외로 길지 않습니다. 첫 엔딩이 끝난 뒤 플레이어에게 트라우마를 심어주고, 그 뒤에는 3일차에서 4일차 정도까지 밖에 진행되지 않습니다. 저는 첫 엔딩이 끝난 뒤 '이런 식으로 엔딩을 세 번이나 봐야 된다니 너무 무서운데'라고 생각했거든요. 의외로 해방의 시간(?)은 빨리 찾아왔습니다. 함께 학교에서 밤을 지새우는 이벤트와 함께…….

제가 가장 충격을 받았던 연출은 타이틀 페이지 변화랑 SD 캐릭터였습니다. 그 외는 그나마 예상하고 있었거든요. 그 덕에 2회차에서 유리가 좋아할 만한 선택지는 고르지도 못했습니다.

만일 게임을 아직 안 해 보신 분들이 있다면, 그렇지만 이 글을 읽고 계실 정도로 관심이 생기셨다면 한번쯤 용기를 내셔서 해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여전히 네타게임의 범주고, 미연시인 척 하는 공포게임으로 유명세를 얻었고, 명작이라고 할 정도로 좋은 게임은 아니지만, 개발자의 언급에서 엿볼 수 있듯 신선한 시도가 돋보이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게임을 다 끝난 후에도 즐길 거리가 남아 있으니 찾아봐 주세요. 우선 모든 CG 수집부터 시작하시는 게 좋을 거 같네요. 그리고 chr 파일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요? 스팀 페이지의 유저 포럼에도 많은 내용이 있으니 한번 찾아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전 이제 정말 만화동아리 원고를 하러 가야겠습니다.

 

p.s.

한국어 패치가 나왔습니다. 

https://twitter.com/RealBucheon/status/948178662322462723

https://sites.google.com/view/dokidokikor/home

정말 친절하고 잔인하네요.

 

サイエンスフィクション(사이언스 픽션) - vy1v3+kmsn (kamome sano; カモメサノ; 카모메 사노)

 
http://www.nicovideo.jp/watch/sm17104148



わたしはまだ何も見てない 
窓の外の世界をよく知らない


日差しの中 夢を見ていた 
何かを得て 何かを失くして


傷付いた手で塞いでみた景色 
黒ずんだ心は癒えないようで 
湿った余白で切り取った光は 
まだ微かに動いていた


いつかこの空を忘れてしまったとしても 
遠くどこかであなたがわたしにくれた全てを憶えている 
そして物語の終わりに目を覚ましたら 
また歩けるからきっと 動き出す時計の針 
繰り返すわたしたちの未来の記憶


わたしはまだ何も見てない 
皮膚の外の世界は触れられない


本当はまだ 夢じゃなかった 
湿った街で 一人だけ溶け残って


潤った目を開いてみた景色 
染み込んだ言葉は胸をつついた 
黄ばんだフィルムで切り取った光は 
まだ確かに動いていた


いつかこの空が消えて失くなったとしても 
遠くどこかであなたがわたしにくれた全てを憶えている 
そして物語の終わりに目を覚ましたら 
思い出せるはず きっと それまで ここに居るよ 
振り返る わたしたちの未来はどこに


冷え切った 夢も去った
悲しいな だけど生きてる・・・


いつかこの空を忘れてしまったとしても 
遥か彼方であなたと共に過ごした奇跡は胸の中に 
そして物語の終わりがあなたを呼んでも 
また出会えるから きっと


わたしたちのいつかの記憶
나는 아직 아무것도 보지 않았어
창밖의 세상을 잘 몰라


햇살 속에서 꿈을 꾸고 있었어
무언가를 얻고 무언가를 잃으면서


상처진 손으로 막아 본 풍경
검어진 마음은 낫지 않을 것 같아서
젖은 여백에서 잘라낸 빛은
아직 희미하게 움직이고 있었어


언젠가 이 하늘을 잊어버린다고 해도
멀리 어딘가에서 네가 내게 준 모든 걸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이야기의 끝에서 눈을 뜬다면
다시 걸을 수 있으니까 분명 움직여가는 시곗바늘
되풀이하는 우리 미래의 기억


나는 아직 아무것도 보지 않았어
살갗의 밖 세상은 만질 수 없어


사실은 아직 꿈이 아니었어
젖은 거리에서 혼자 녹은 채 남아서


축축해진 눈을 뜨고 본 풍경
스며 든 말은 가슴을 찔렀어
누래진 필름에서 잘라낸 빛은
아직 확실하게 움직이고 있었어


언젠가 이 하늘이 사라져 없어진다고 해도
멀리 어딘가에서 네가 내게 준 모든 걸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이야기의 끝에서 눈을 뜨면
생각해 낼 테야 분명 그때까지 여기 있을게
되돌아 보는 우리 미래는 어디에


식어버렸어 꿈도 떠났어
슬프네 그래도 살아가…


언젠가 이 하늘을 잊어버린다고 해도
아득한 저편에서 너와 함께한 기적은 가슴 속에
그리고 이야기의 끝이 너를 불러도
다시 만날 테니까 분명


우리들의 언젠가 그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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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넷째주(사실 험블번들은 이런 식으로 따지는 게 아니니까 부적절한 명칭이긴 하지만……), 아무튼 140215 - 140221의 위클리 세일에 Indiecade 번들로 '디어 에스더'와 '더 브릿지'가 있길래, $6인 걸 보고 고민고민하다가 샀습니다.

컴퓨터로는 페이스북 찌르기 매크로를 돌리고 있어서 안드로이드 폰으로 결제를 했는데, 사고 나니 'Luxuria Superbia'라는 게임이 앱으로도 가능하더군요.

 

다운을 받았습니다.

 

다짜고짜 터치를 하랍니다.

 

You are entering a flower.

The flower is blank.

But it enjoys color.

 

Your touch will color the flower.

If the color becomes too intense,

the flower will finish.

 

Sometimes that is what you want.

But most often, be gentle and slow.

Enjoy!

 

Turn up the volume. Music is a big part of the experience!

 

게임 룰은 간단합니다. 플레이어는 꽃잎처럼 생긴 통로 중앙을 지나가는 시점에서 플레이 합니다. 사방팔방에 달려있는 꽃봉오리(비슷한 무언가)를 터치하면 그 부분의 꽃잎이 색깔로 물듭니다. 게임 직전에 읽은 시에 따르면, 전부 색칠하면 클리어인가 봅니다.

 

'별로 어렵지 않네'하면서 첫 번째 스테이지를 가볍게 통과했습니다. 꽃봉오리가 나올 때마다 '톡 톡' 터치를 해 주면서요. 하다 보면 화면 중앙에 글자가 스르륵 떠올랐다 사라집니다. 게임 컨셉인 듯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스테이지에 돌입했습니다. 그런데 분명히 빨리 클리어 했는데 점수가 별로 안 나옵니다.

다시 해 봅니다. 이번엔 더 빨리 했습니다. 이번에도 'Oops!'라는 글자가 떠오르면서 실패합니다.

 

이제 슬슬 매뉴얼을 찾아 볼 때가 됐죠.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니 매뉴얼이 뜹니다.

"너무 빨리 클리어하진 마세요."

 

'아 그렇구나…….'

천천히 클리어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완급조절을 하면서요.

 

이제야 뭔가 점수가 올라가고 디스크 같은 것도 얻습니다.

속도도 빨라지고 색도 화려해집니다.

가운데 떠오르는 글씨도 다양해집니다.

 

 

근데……

 

어?

 

뭔가 야합니다.

 

 

왜 야하냐고요? 스크린샷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게 어떻게 야하냐! 리뷰어 변태 아냐?!"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다 보면

라든지,

 

“가까이 와요”

 

“날 가져봐요” (…)

 

“내 구멍을 탐험해요” (…)

 

“내 꽃잎을 핥아요” (……)

 

“움직여요” (………)

 

“당신이 원하는 건 저에요” (……………)

 

……최고조로 클리어했습니다.

 

“오 신이시여”

 

“마법 같았어요!” (…………;;;;)

 

 

……

네, 이런 게임입니다.

……

……

 

제 4.9인치 짜리 넥서스 5로 하고 있었는데, 터치로만 하니까 한계가 있더군요. 그래서 홍보 영상을 봤습니다.

 

Luxuria Superbia people trailer from Tale of Tales on Vimeo.

 

원래는 태블릿 특화군요……. 그리고 슬라이드가 되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슬라이드가 되면 이제 진짜로 'Touch me, Gently'를 할 수 있겠군요. 쓸어준다든지……. (……)

제가 생각 못한 아이디어라서 좀 신선하긴 했습니다.

 

아무튼, 개발자들의 표현력에는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어떻게 저걸 야하게 만들 수 있었을까!

나름대로 깊은 생각을 갖고 만든 건 이해하고 있습니다만, 전 제 당황한 느낌을 살리겠습니다.

영어지만, 당황한 느낌을 살리면서 좋은 리뷰가 있어서 링크도 첨부합니다.

http://www.vg247.com/2013/11/14/luxuria-superbia-lets-talk-about-sex/

 

흥미가 생기는 분이나 게임만이 가질 수 있는 표현력을 살린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 번 쯤 해 보세요.

 

P.S. (2014/03/04)

게임을 일단 마지막 판까지 해 봤는데, 중반 넘어가면 이제 플레이 하는 요령도 생기고, 시간 끄는 게 지루하기만 합니다. 처음에 느껴지던 긴장감(?) 같은 것도 별로 없고요. 게임성을 너무 높게 평가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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